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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2

외전 – “너는 나를 택했다” ──화란, 그 밤의 끝에서 속삭이다. 밤이 깊었다.촉불은 이미 꺼졌고,달빛만이 덩그러니 방 안을 덮고 있었다.화란은 무린의 품에 안겨,그의 심장 소리를 듣고 있었다.규칙적이면서도 미세하게 떨리는 맥박.그 안에,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기를 바랐다. “너는 나를 택했다.”화란은 조용히 속삭였다.무린은 잠들어 있었고,그녀는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그의 품은 따뜻했다.하지만 그보다 뜨거웠던 건──그녀의 심장이었다. 처음 입을 맞췄을 때,나는 너의 심장이 멈춘 줄 알았어.하지만 오늘 밤…너는 끝내 내게 너를 맡겼지. 그녀는 천천히 일어났다.헝클어진 이불 사이에서자신의 속살을 매만지며 거울을 바라봤다.붉게 달아오른 목덜미,어깨에 남겨진 입술 자국.그건 증표야.내가 널 꺾었고, 너는 무너졌다는 증표. “청류는.. 2025. 10. 8.
[외전] 화란 – 칼날 위 입술 ──칼보다 날카로운 건, 여자의 입술이다. 비가 내렸다.창문 틈으로 스며든 물비린내.세상은 젖었고, 무림은 조용했다.무린은 홀로 앉아 있었다.구천객잔.낡은 목재 의자, 삐걱거리는 천장, 식지 않은 술 한 사발.그는 취하지 않았다.술은 목을 타고 내려갔지만, 머리까지 닿지 않았다.머릿속은 아직… 천룡세가의 대문 앞에 있었다.“적장자? 웃기지 마라.” 그 말이 떠올랐다.그리고 돌.피.자존심.그의 이마엔 아직 상처가 남아 있었고,그 눈빛은 더 깊어져 있었다. 그때,문이 열렸다.바람처럼.아무 소리도 없이.그리고 그 문턱을 넘어선 건… 화란.검은 우비, 붉은 허리끈.머리는 젖었고, 눈은 젖지 않았다.“또 혼자네.”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그 속엔 짓궂음과 연민, 갈증이 섞여 있었다.무린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2025.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