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란, 그 밤의 끝에서 속삭이다.
밤이 깊었다.
촉불은 이미 꺼졌고,
달빛만이 덩그러니 방 안을 덮고 있었다.
화란은 무린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규칙적이면서도 미세하게 떨리는 맥박.
그 안에,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기를 바랐다.
“너는 나를 택했다.”
화란은 조용히 속삭였다.
무린은 잠들어 있었고,
그녀는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품은 따뜻했다.
하지만 그보다 뜨거웠던 건──
그녀의 심장이었다.
처음 입을 맞췄을 때,
나는 너의 심장이 멈춘 줄 알았어.
하지만 오늘 밤…
너는 끝내 내게 너를 맡겼지.
그녀는 천천히 일어났다.
헝클어진 이불 사이에서
자신의 속살을 매만지며 거울을 바라봤다.
붉게 달아오른 목덜미,
어깨에 남겨진 입술 자국.
그건 증표야.
내가 널 꺾었고, 너는 무너졌다는 증표.
“청류는 이런 흔적 못 남겼겠지.”
그녀는 중얼이며 거울 앞에 섰다.
비단 속옷을 주워 입으며,
다리를 살짝 꼬았다.
허벅지 안쪽엔
그가 남긴 미세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그 자국을 따라 훑었다.
“…아프진 않았어.”
오히려 그 순간,
세상의 모든 감각이 살아나는 듯했다.
너는 조심스러웠고,
나는 거칠었지.
하지만 결국,
네가 흐트러졌다는 사실은 바꿀 수 없어.
그녀는 다시 무린을 돌아봤다.
그는 평온하게 자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안다.
그의 손이, 입술이,
그날 밤 얼마나 간절했는지.
넌 나를 안으며 말했다.
‘오늘 밤, 조용하지 않게 해줘.’
나는 그 말을 영원히 잊지 못해.
창문을 살짝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화란은 그 바람 속에서
자신의 목을 쓰다듬었다.
그곳은 그가 오래 머문 자리.
청류는 망설이겠지.
사랑을 증명하려 애쓰겠지.
하지만 난 증명 따윈 하지 않아.
난 그저,
몸으로 새긴다.
네 입술 위에,
네 손끝에,
너의 잠 속에까지 남는 여자야.
다시 자리에 누웠다.
무린의 팔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 품 안에서,
화란은 눈을 감았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마지막으로 혼잣말을 남겼다.
“청류, 들어라…”
“너와 나 중에,
누가 진짜 여자인지
곧 알게 될 거야.”
사랑은 입술로 하지 않아.
몸으로, 숨결로, 기억으로 각인되는 것.
그리고 그날 밤…
무린은 나를 잊지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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