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룡기》 제12화 – “그 입술, 누구 것이었나요?”
──사랑은 침묵을 버티지 못한다. 무림맹의 회의당.고위 장로들과 각 파문 대표들이 자리를 채우고,중앙에는 무림맹주의 명이 떨어질 때까지긴장된 정적이 흘렀다.그 틈을 깨고문이 열렸다.무린.그리고 그를 따라 들어온 건──화란이었다.청류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녀의 손엔 차가 식어 있었고,눈동자는 식지 않은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있었다. 무린과 화란은의도적으로 거리를 유지했지만,청류의 눈엔 그것조차 부질없었다.화란의 입가에 떠오른 미세한 미소.무린의 목 아래로 엿보이는아주 희미한, 붉은 흔적.그 흔적이,청류의 가슴을 쿡 찔렀다.“입을 맞춘 것도 모자라,이젠 밤까지 함께한 거야?” “맹주님 도착하십니다!”함께 일어서는 사람들 속에서,청류는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무린의 시선과 마주쳤다.그의 눈엔 죄책감..
2025. 10. 8.
《혈룡기》 제9화 – 불꽃과 얼음, 첫 대치
──매혹의 칼날은, 검보다 날카롭다. 무림맹 안의 뒷뜰.달빛 아래, 향나무가 짙게 풍겼다.그곳에,화란이 서 있었다.붉은색 옷자락은 바람에 흩날리고,그녀의 어깨 너머엔은은하게 열꽃 문양이 살아 숨 쉬었다.그리고──그 앞에 청류가 나타났다.푸른 옷에 단정한 검.차가운 눈매는 밤빛에 더 선명했다. “네가 먼저 왔네, 청류.”“널 기다린 건 아니야.”화란은 웃었다.그 웃음엔,날카로운 독이 숨어 있었다.“무린에게… 향수 뿌렸지?”“……무슨 말이지?”“그 애가, 오늘 아침 내 방을 지나쳤을 때그 몸에서 너의 향기가 났어.” 청류는 잠시 숨을 멈췄다.그녀는 전날 밤,무린의 검 손질을 도와줬다.살결이 닿았고,그의 눈빛이 흔들렸고──그리고…짧은 순간이지만,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스쳐 지나갔다.“너무 귀를 기울이는군.”..
2025.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