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화란 – 붉은 실, 검은 손끝
──사랑이란 말은 쓰지 않아도, 피부는 먼저 반응한다. 불빛은 낮고, 바람은 서늘했다.화란은 그 바람 위에서 춤을 추듯 걸었다.삼정객주가 불타던 날, 그녀는 불길의 흔적만 보고도 그 남자가 살아 있다는 걸 알았다.천무린.원래 이름이든, 지금의 이름이든,그에게선 사람 냄새가 나지 않았다.검과 피와… 버려진 짐승의 냄새.그리고…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남자였다.그날 밤,그녀는 그가 몸을 숨긴 폐가 안에 들어섰다.문은 잠기지 않았다.그는 검을 품은 채, 벽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후후…”화란은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그의 숨소리는 얕고, 땀 냄새는 진했다.사내가 전투 직후 흘린 냄새는 언제나 진하다.공포, 아드레날린, 그리고 피.그 모든 게 한데 섞여, 그녀의 감각을 자극했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2025.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