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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룡기20

《혈룡기》 제30화 – 쇄의 종이 무림에 울리다 전쟁은 한 사람의 반역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쇠를 쥔 자가 종을 울렸을 뿐이다. 풍백현은 납혈진 깊숙한 지하에서 홀로 앉아 있었다.무린과 화란이 떠난 뒤에도 진은 여전히 붉게 뛰고 있었고,그 붉은 맥은 무림맹의 땅속을 넘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그는 작은 종 하나를 들어 올렸다.쇠로 된 종, 그러나 그 속엔 수많은 피의 맹세가 담겨 있었다.“때가 왔군.”풍백현이 종을 울렸다. 쿵──낮고 깊은 울림이 납혈진을 타고 퍼졌다.지하의 문양들이 붉게 타올랐다.그리고 그 울림은 곧 강을 건너고, 산을 넘고,무림의 모든 문파로 흘러갔다.종소리를 들은 자들은 모두 같은 환영을 보았다.피에 잠긴 전각, 쇠사슬에 묶인 사람들,그리고 그 사슬을 부수려는 검객의 그림자.풍백현의 목소리가 환영을 뚫고 울렸다.“천무린은 무림을 배.. 2025. 12. 31.
《혈룡기》 제29화 – 균열에서 피어난 검 쇠는 아직 풀리지 않았으나, 틈은 이미 무기를 낳았다. 무린과 화란은 깊은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뒤에서 함성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장로 세력의 무인들이 여전히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무린은 숨을 고르며 검을 움켜쥐었다.심장이 얼어붙은 듯 아팠지만, 그 안에서 불씨가 끊임없이 타올랐다.심쇄의 균열.그 틈새에서 솟아나는 힘이 있었다. “더는 도망칠 수 없어.”무린이 멈춰섰다.화란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심장이… 무너질 수도 있어.”무린은 고개를 저었다.“지금이 아니면, 이 힘을 다룰 수 없다.쇠를 부수려면, 먼저 균열을 무기가 되게 해야 한다.” 추격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수십 명의 무인들이 칼과 창을 들고 산등성이를 뒤덮었다.사자단장이 외쳤다.“반역자 천무린! 이.. 2025. 12. 31.
《혈룡기》 제26화 – 정파의 칼날, 그림자의 후원 검보다 날카로운 것은 정치였다. 무림맹의 아침은 늘 종소리로 시작되었다.그러나 요즘의 종은 기도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분열을 알리는 북소리처럼 울렸다.장로회가 갈라진 지 사흘.찬성과 반대, 지지와 탄핵.맹 안팎의 무인들은 서로 다른 깃발 아래 모여 웅성거렸다. 그날, 장로회 별당에서는 비밀 회합이 열리고 있었다.반(反)무린을 외친 장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문이 닫히자 곧장 불빛이 흔들렸다.“천무린을 이대로 두면 안 된다.”첫째 장로가 단호히 말했다.“납혈진이 흔들렸을 때 그가 있었다.그 피가 누구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사실만으로도 그는 맹을 위협한 반역자다.”둘째 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소. 그는 맹주를 자처했지 않은가.이건 도전이 아니라 반란이오.우리가 가만두면 무림의 질서가 송두리째 무너진다... 2025. 12. 15.
외전 – 쇄에 묶인 심장 몸은 쇄에 갇혔으나, 마음은 아직 그를 기억했다. 고요했다.납혈진이 절반 무너졌을 때, 잠시 빛이 스며들었다.그러나 지금, 다시 어둠뿐이었다.나는 쇠사슬에 묶인 채 무릎 꿇고 있었다.눈동자에 박힌 안쇄가 여전히 불타고,심장은 심쇄에 눌려 고동이 느리게 울렸다.혈맥은 혈쇄에 잠겨, 내공조차 흐르지 않았다.몸은 내 것이 아니었다.숨결마저 종소리에 흔들렸다. 풍백현의 발자국은 멀어지고,화란의 불길은 사라졌다.남은 건 내 안에 파고든 정적.그런데도, 귓가에 메아리처럼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청류… 반드시 널 데리러 온다.”무린의 목소리였다.그가 떠나며 남긴 마지막 속삭임.쇠가 내 귀를 막아도,그 말은 여전히 가슴을 울렸다. 눈을 감았다.안쇄가 빛을 막아도,내 안쪽에서 떠오르는 장면까지 지우지는 못한다.어린 날의.. 2025. 12. 15.
《혈룡기》 제25화 – 떠나는 길, 찾는 길 쇠에 묶인 세상을 풀기 위해, 두 사람은 다시 길에 올랐다. 무림맹 장로회의 파열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찬성과 반대, 반역과 지지.무린은 맹주를 자처하며 서 있었지만,그 발밑은 이미 피와 서리, 불길로 물들어 있었다.그는 알았다.이곳에서 더 버티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걸.힘을 더 갈아올려야 했다.쇠를 부술 수 있는, 압도적인 힘. 밤.무린과 화란은 몰래 무림맹을 빠져나왔다.달빛조차 흐려, 두 사람의 그림자는 희미했다.“정말 가는 거야?”화란이 물었다.그녀의 음성은 낮지만, 내심 설렘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납혈진을 완전히 무너뜨릴 방법을 찾으려면…다시 기연을 찾아야 한다.” 화란은 그를 곁눈질했다.그의 옷자락은 아직도 피로 젖어 있었고,손끝의 서리는 불안정하게 흔들렸다.그러나 .. 2025. 12. 15.
《혈룡기》 제12화 – “그 입술, 누구 것이었나요?” ──사랑은 침묵을 버티지 못한다. 무림맹의 회의당.고위 장로들과 각 파문 대표들이 자리를 채우고,중앙에는 무림맹주의 명이 떨어질 때까지긴장된 정적이 흘렀다.그 틈을 깨고문이 열렸다.무린.그리고 그를 따라 들어온 건──화란이었다.청류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녀의 손엔 차가 식어 있었고,눈동자는 식지 않은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있었다. 무린과 화란은의도적으로 거리를 유지했지만,청류의 눈엔 그것조차 부질없었다.화란의 입가에 떠오른 미세한 미소.무린의 목 아래로 엿보이는아주 희미한, 붉은 흔적.그 흔적이,청류의 가슴을 쿡 찔렀다.“입을 맞춘 것도 모자라,이젠 밤까지 함께한 거야?” “맹주님 도착하십니다!”함께 일어서는 사람들 속에서,청류는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무린의 시선과 마주쳤다.그의 눈엔 죄책감.. 2025.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