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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란20

《혈룡기》 제33화 – 종소리의 확산, 무림의 균열 풍백현의 쇠가 울리자, 무림은 스스로 칼을 빼들었다. 풍백현이 울린 쇄의 종은 멈추지 않았다.혈후가 무너졌음에도, 울림은 무림 전역을 타고 번졌다.강호의 장터에서,산사(山寺)의 종루에서,성곽의 술집에서조차사람들은 귀가 아닌 심장으로 종을 들었다. 한가락 종소리를 들은 이들은 갑자기 서로를 노려보았다.“너도 쇠를 부수려는 자가 아니냐?”눈빛이 피로 물들었다.피를 섞어 맹세한 문도들은주군의 얼굴을 잊고, 종의 명에 무릎을 꿇었다. 개문파(開門派) 전각장로가 제자들을 모아 외쳤다.“천무린은 쇠를 부수려는 역적이다!풍백현 대협의 종을 따르라!”젊은 제자 하나가 주저했다.“하지만 사부님,무린은 우리를 구한 적이 있습니다.그때 도적 무리를 베어주신 분이…”장로의 눈동자가 붉게 번졌다.칼이 먼저 움직였다.“쇠를 거스.. 2025. 12. 31.
《혈룡기》 제32화 – 혈후의 사슬, 심장의 박자 쇠의 울림과 심장의 고동이 맞부딪쳤다. 골짜기의 안개가 찢어졌다.혈후가 걸어 나왔다.사슬 수십 줄이 그의 몸을 감아 갑옷을 만들었고,붉은 눈 하나가 무린을 꿰뚫었다.땅은 바람도 없이 흔들렸다.그것은 걸음이 아니라 종의 울림이었다.“명(命): 천무린. 구속(拘束).”혈후의 목소리는 종소리와 같았다.듣는 순간, 심장이 스스로 굳어졌다. 무린은 검을 쥐었다.심장이 불규칙하게 요동쳤다.균열이 커질수록 힘은 세졌지만,내부에서 스스로를 무너뜨리려 했다.화란이 그의 어깨를 붙들었다.“심장의 박자를 맞춰야 해.너 혼자선 깨질 거야.”그녀의 손끝에서 불씨가 심장으로 스며들었다.뜨겁고 규칙적인 맥박이 그의 고동에 겹쳤다. 혈후가 사슬을 들어올렸다.사슬마다 작은 종이 매달려 있었다.그것들이 동시에 울렸다.째앵—!공기마저 떨.. 2025. 12. 31.
《혈룡기》 제31화 – 첫 전장, 피로 태어난 자들 쇠가 울리면, 피가 사람의 이름을 지운다. 산능선 아래 골짜기.안개가 낮게 깔렸다.바람은 멈췄다.종소리는 멎지 않았다.무린이 칼을 쥐었다.심장은 여전히 불규칙했다.그러나 균열은 살아 있었다.얼음과 불의 사이, 그 틈.화란이 곁에서 숨을 고르고 속삭였다.“오네.”그녀의 손끝에서 작은 불씨가 튀었다.붉은 꽃.금방이라도 피바다로 번질 준비. 먼저 나타난 건 무인들이 아니었다.검은 망토.붉은 눈.피와 쇠로 빚은 혈사(血師).그들은 살갗 대신 쇠사슬을 몸에 감고 있었다.걸을 때마다 종의 잔향이 사슬 사이로 스며들었다.인간의 기척이었으나, 인간의 향이 아니었다.앞선 혈사가 철퇴를 바닥에 끌며 중얼거렸다.“명(命) : 천무린.”목소리는 사람의 것이었지만,입안에서 피가 먼저 울었다. 무린이 한 걸음 나섰다.“먼저 묻겠.. 2025. 12. 31.
《혈룡기》 제29화 – 균열에서 피어난 검 쇠는 아직 풀리지 않았으나, 틈은 이미 무기를 낳았다. 무린과 화란은 깊은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뒤에서 함성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장로 세력의 무인들이 여전히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무린은 숨을 고르며 검을 움켜쥐었다.심장이 얼어붙은 듯 아팠지만, 그 안에서 불씨가 끊임없이 타올랐다.심쇄의 균열.그 틈새에서 솟아나는 힘이 있었다. “더는 도망칠 수 없어.”무린이 멈춰섰다.화란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심장이… 무너질 수도 있어.”무린은 고개를 저었다.“지금이 아니면, 이 힘을 다룰 수 없다.쇠를 부수려면, 먼저 균열을 무기가 되게 해야 한다.” 추격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수십 명의 무인들이 칼과 창을 들고 산등성이를 뒤덮었다.사자단장이 외쳤다.“반역자 천무린! 이.. 2025. 12. 31.
외전 – 불길 속의 두려움과 열망 사랑은 그를 지키고 싶다는 두려움과, 끝내 내 것이어야 한다는 열망 사이에 있었다. 무린이 내 품에 쓰러졌다.그의 몸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동시에 불씨처럼 뜨거웠다.심장이 얼고 타는 고통 속에서 버티다, 결국 의식을 잃은 것이다.나는 그의 뺨을 감싸 쥐었다. 피가 묻어 손끝이 미끄러졌다.그럼에도 손을 뗄 수 없었다.‘혹시… 이대로 멈추면 어떡하지?내 앞에서, 내 손 안에서,그가 사라져 버리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수많은 사내들을 봐왔고, 수많은 피를 겪어왔다.그러나 단 한 번도 이렇게 두렵지 않았다.이 사내만큼은 잃고 싶지 않았다.“무린…”나는 낮게 불렀다.대답은 없었다.그의 입술은 피로 얼룩졌고, 숨결은 희미했다.‘안 돼.너는 내 불길로 살아야 해.내 체온이 널 묶어둬야 해. 나는 그의 가.. 2025. 12. 28.
《혈룡기》 제26화 – 정파의 칼날, 그림자의 후원 검보다 날카로운 것은 정치였다. 무림맹의 아침은 늘 종소리로 시작되었다.그러나 요즘의 종은 기도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분열을 알리는 북소리처럼 울렸다.장로회가 갈라진 지 사흘.찬성과 반대, 지지와 탄핵.맹 안팎의 무인들은 서로 다른 깃발 아래 모여 웅성거렸다. 그날, 장로회 별당에서는 비밀 회합이 열리고 있었다.반(反)무린을 외친 장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문이 닫히자 곧장 불빛이 흔들렸다.“천무린을 이대로 두면 안 된다.”첫째 장로가 단호히 말했다.“납혈진이 흔들렸을 때 그가 있었다.그 피가 누구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사실만으로도 그는 맹을 위협한 반역자다.”둘째 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소. 그는 맹주를 자처했지 않은가.이건 도전이 아니라 반란이오.우리가 가만두면 무림의 질서가 송두리째 무너진다... 2025.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