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10 《혈룡기》 제33화 – 종소리의 확산, 무림의 균열 풍백현의 쇠가 울리자, 무림은 스스로 칼을 빼들었다. 풍백현이 울린 쇄의 종은 멈추지 않았다.혈후가 무너졌음에도, 울림은 무림 전역을 타고 번졌다.강호의 장터에서,산사(山寺)의 종루에서,성곽의 술집에서조차사람들은 귀가 아닌 심장으로 종을 들었다. 한가락 종소리를 들은 이들은 갑자기 서로를 노려보았다.“너도 쇠를 부수려는 자가 아니냐?”눈빛이 피로 물들었다.피를 섞어 맹세한 문도들은주군의 얼굴을 잊고, 종의 명에 무릎을 꿇었다. 개문파(開門派) 전각장로가 제자들을 모아 외쳤다.“천무린은 쇠를 부수려는 역적이다!풍백현 대협의 종을 따르라!”젊은 제자 하나가 주저했다.“하지만 사부님,무린은 우리를 구한 적이 있습니다.그때 도적 무리를 베어주신 분이…”장로의 눈동자가 붉게 번졌다.칼이 먼저 움직였다.“쇠를 거스.. 2025. 12. 31. 《혈룡기》 제32화 – 혈후의 사슬, 심장의 박자 쇠의 울림과 심장의 고동이 맞부딪쳤다. 골짜기의 안개가 찢어졌다.혈후가 걸어 나왔다.사슬 수십 줄이 그의 몸을 감아 갑옷을 만들었고,붉은 눈 하나가 무린을 꿰뚫었다.땅은 바람도 없이 흔들렸다.그것은 걸음이 아니라 종의 울림이었다.“명(命): 천무린. 구속(拘束).”혈후의 목소리는 종소리와 같았다.듣는 순간, 심장이 스스로 굳어졌다. 무린은 검을 쥐었다.심장이 불규칙하게 요동쳤다.균열이 커질수록 힘은 세졌지만,내부에서 스스로를 무너뜨리려 했다.화란이 그의 어깨를 붙들었다.“심장의 박자를 맞춰야 해.너 혼자선 깨질 거야.”그녀의 손끝에서 불씨가 심장으로 스며들었다.뜨겁고 규칙적인 맥박이 그의 고동에 겹쳤다. 혈후가 사슬을 들어올렸다.사슬마다 작은 종이 매달려 있었다.그것들이 동시에 울렸다.째앵—!공기마저 떨.. 2025. 12. 31. 《혈룡기》 제31화 – 첫 전장, 피로 태어난 자들 쇠가 울리면, 피가 사람의 이름을 지운다. 산능선 아래 골짜기.안개가 낮게 깔렸다.바람은 멈췄다.종소리는 멎지 않았다.무린이 칼을 쥐었다.심장은 여전히 불규칙했다.그러나 균열은 살아 있었다.얼음과 불의 사이, 그 틈.화란이 곁에서 숨을 고르고 속삭였다.“오네.”그녀의 손끝에서 작은 불씨가 튀었다.붉은 꽃.금방이라도 피바다로 번질 준비. 먼저 나타난 건 무인들이 아니었다.검은 망토.붉은 눈.피와 쇠로 빚은 혈사(血師).그들은 살갗 대신 쇠사슬을 몸에 감고 있었다.걸을 때마다 종의 잔향이 사슬 사이로 스며들었다.인간의 기척이었으나, 인간의 향이 아니었다.앞선 혈사가 철퇴를 바닥에 끌며 중얼거렸다.“명(命) : 천무린.”목소리는 사람의 것이었지만,입안에서 피가 먼저 울었다. 무린이 한 걸음 나섰다.“먼저 묻겠.. 2025. 12. 31. 《혈룡기》 제30화 – 쇄의 종이 무림에 울리다 전쟁은 한 사람의 반역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쇠를 쥔 자가 종을 울렸을 뿐이다. 풍백현은 납혈진 깊숙한 지하에서 홀로 앉아 있었다.무린과 화란이 떠난 뒤에도 진은 여전히 붉게 뛰고 있었고,그 붉은 맥은 무림맹의 땅속을 넘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그는 작은 종 하나를 들어 올렸다.쇠로 된 종, 그러나 그 속엔 수많은 피의 맹세가 담겨 있었다.“때가 왔군.”풍백현이 종을 울렸다. 쿵──낮고 깊은 울림이 납혈진을 타고 퍼졌다.지하의 문양들이 붉게 타올랐다.그리고 그 울림은 곧 강을 건너고, 산을 넘고,무림의 모든 문파로 흘러갔다.종소리를 들은 자들은 모두 같은 환영을 보았다.피에 잠긴 전각, 쇠사슬에 묶인 사람들,그리고 그 사슬을 부수려는 검객의 그림자.풍백현의 목소리가 환영을 뚫고 울렸다.“천무린은 무림을 배.. 2025. 12. 31.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