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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헙

《혈룡기》 제30화 – 쇄의 종이 무림에 울리다

by WhateverYouDo 2025. 12. 31.

 

전쟁은 한 사람의 반역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쇠를 쥔 자가 종을 울렸을 뿐이다.

 

풍백현은 납혈진 깊숙한 지하에서 홀로 앉아 있었다.
무린과 화란이 떠난 뒤에도 진은 여전히 붉게 뛰고 있었고,
그 붉은 맥은 무림맹의 땅속을 넘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는 작은 종 하나를 들어 올렸다.
쇠로 된 종, 그러나 그 속엔 수많은 피의 맹세가 담겨 있었다.

“때가 왔군.”
풍백현이 종을 울렸다.

 

쿵──

낮고 깊은 울림이 납혈진을 타고 퍼졌다.
지하의 문양들이 붉게 타올랐다.
그리고 그 울림은 곧 강을 건너고, 산을 넘고,
무림의 모든 문파로 흘러갔다.

종소리를 들은 자들은 모두 같은 환영을 보았다.
피에 잠긴 전각, 쇠사슬에 묶인 사람들,
그리고 그 사슬을 부수려는 검객의 그림자.

풍백현의 목소리가 환영을 뚫고 울렸다.
“천무린은 무림을 배신한 자.
쇠를 부수려는 자.
그를 토벌하라.”

 

각 문파의 장로들은 경악했다.
그러나 종소리에 심장이 흔들렸다.
혈맥이 욱신거리며, 피가 뜨겁게 요동쳤다.
그것은 단순한 명령이 아니라,
몸속 깊은 곳에서 강요되는 쇠의 족쇄였다.

“천무린을 토벌하라…!”
누군가는 자기도 모르게 외쳤다.
그리고 그 외침은 산천에 번졌다.

 

풍백현은 미소 지었다.
“이제 쇠는 무림 전체를 묶는다.”

그는 납혈진의 심장에서 손을 펼쳤다.
피가 솟구치며 형체를 빚어냈다.
그것은 검은 망토를 두른 무인들이었다.
피로 태어난 전사, 혈사(血師).

그들의 눈동자는 새빨갰고,
손에는 쇠사슬이 감겨 있었다.
풍백현이 손짓하자, 그들은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무림은 이제 피로 다스려진다.
무린을 잡아와라.
그의 심장을 내 쇠로 묶어라.”

 

한편, 산 너머.

무린과 화란은 산허리에 서서
멀리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귓가가 아니라,
심장을 강제로 울렸다.

무린은 얼굴을 찡그리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심쇄의 균열이 고동치며, 종소리와 맞부딪혔다.
피가 역류하듯 치밀어 올랐다.

“풍백현이… 무림 전체를 흔들었어.”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떨림이 있었다.

화란은 입술을 깨물며 그를 부축했다.
“이제는 피할 수 없네.
무림 전체가 네 적이 될 거야.”

 

산 아래에서는 이미 깃발이 솟구쳤다.
문파의 무인들, 장로회가 부른 자들,
그리고 종소리에 매혹된 방외의 무리들까지.

수백, 수천의 발걸음이 산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무린은 검을 움켜쥐었다.
칼끝에서 서리와 불씨가 동시에 피어났다.
심장이 흔들렸지만, 균열은 더 크게 벌어졌다.

“좋다.
이제부터는 무림 전체가 쇠에 묶였다면…”
그는 낮게 웃었다.
“내 검은 무림 전체를 적으로 두겠다.”

화란이 그의 곁에 서서 불길을 타올렸다.
그녀의 눈빛은 두려움과 열망으로 흔들렸지만,
결국 굳게 닫혔다.

“그럼 난, 무림 전체를 태워서라도
네 곁을 지키겠다.”

 

종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무림의 강과 산, 전각과 술집, 골목의 아이들까지
모두가 그 울림을 들었다.
풍백현의 쇠가 무림을 묶었고,
이제 전란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