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는 아직 풀리지 않았으나, 틈은 이미 무기를 낳았다.
무린과 화란은 깊은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뒤에서 함성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장로 세력의 무인들이 여전히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
무린은 숨을 고르며 검을 움켜쥐었다.
심장이 얼어붙은 듯 아팠지만, 그 안에서 불씨가 끊임없이 타올랐다.
심쇄의 균열.
그 틈새에서 솟아나는 힘이 있었다.
“더는 도망칠 수 없어.”
무린이 멈춰섰다.
화란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
심장이… 무너질 수도 있어.”
무린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이 아니면, 이 힘을 다룰 수 없다.
쇠를 부수려면, 먼저 균열을 무기가 되게 해야 한다.”
추격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명의 무인들이 칼과 창을 들고 산등성이를 뒤덮었다.
사자단장이 외쳤다.
“반역자 천무린! 이번엔 피할 길 없다!”
무린은 눈을 감았다.
심장 깊숙한 곳에서 얼음과 불이 동시에 요동쳤다.
그 두 힘이 부딪히며 균열이 갈라졌다.
콰직──!
몸 안에서 폭발하는 듯한 고통.
피가 입가로 스며나왔다.
그러나 그는 검을 들어 올렸다.
“빙심… 염화…”
낮은 속삭임.
그리고 균열 속에서 피어난 새로운 힘.
검끝이 푸른 얼음으로 빛나더니,
그 위에서 붉은 불꽃이 갈라져 나왔다.
얼음과 불이 단순히 섞인 것이 아니라,
균열 틈에서 폭발하며 번져나갔다.
첫 일격이 휘둘러졌다.
콰앙──!!
산허리 전체가 울렸다.
얼음 조각이 폭풍처럼 흩날리고,
불꽃이 그 조각들을 덮어 폭발을 일으켰다.
추격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게… 뭐지?”
사자단장이 눈을 크게 떴다.
“얼음도 불도 아닌… 틈새의 힘…!”
무린은 다시 칼을 휘둘렀다.
이번엔 더 거칠고, 더 뜨거웠다.
균열이 깊어질수록 힘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심장이 비명을 질렀다.
“크윽…!”
무린의 무릎이 순간 꺾였다.
피가 흘러내려 돌바닥을 적셨다.
화란이 곧장 그를 부축했다.
“무린! 더 쓰면 네 심장이 찢어져 버려!”
그러나 무린은 이를 악물었다.
“쇠를 부수려면… 이 고통쯤은 감수해야 해.”
적들은 여전히 몰려들고 있었다.
사자단장은 마지막 돌격을 명했다.
“그의 몸은 이미 무너졌다! 지금이 기회다!”
무린은 숨을 깊게 들이켰다.
심장이 얼어붙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불씨가 더 크게 터졌다.
“균열에서 피어난 검…
이제, 시험한다.”
마지막 일격이 휘둘러졌다.
콰아아앙──!!
얼음과 불이 뒤엉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산등성이가 갈라지고,
적들의 진형이 산산조각 났다.
사자단장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남은 무인들은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쳤다.
연기는 천천히 걷혔다.
무린은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을 꿇었다.
숨은 거칠었지만,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봤나, 화란.”
그가 낮게 말했다.
“쇠는 완전하지 않아.
심쇄는 이미 금이 갔다.
그 균열을 무기로 만들면…
언젠가 완전히 부술 수 있다.”
화란은 눈물이 고인 눈빛으로 그를 끌어안았다.
“바보… 이렇게까지 해야 해?
넌 늘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거야?”
무린은 미소를 지었다.
피가 입술에 번졌지만,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이미 걸었어.
그리고 앞으로도 걸 거야.
쇠가 부서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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