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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헙

《혈룡기》 제38화 – 심장의 군, 무림에 번지다

by WhateverYouDo 2026. 1. 2.

 

쇠의 종이 무림을 묶었으나, 울림은 이미 틈새로 스며들고 있었다.

 

혈후가 무너진 전장은 아직도 피비린내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날의 승리는 단순한 전투의 승리가 아니었다.
무린의 심장에서 울린 울림이 무림 곳곳에 파문처럼 번져나갔기 때문이다.

 

📌 남강(南江) 수로

강 위의 배들은 종소리에 이끌려 서로 충돌했다.
뱃사람들의 눈빛이 붉게 물들며 칼을 뽑았다.

그때, 멀리서 들려온 또 다른 울림.
종소리와 달리 따뜻하고 단단한 고동.

젊은 수로 무인이 가슴을 움켜쥐며 중얼거렸다.
“이건… 무린의 울림이다.”

그는 칼을 던지고 무릎을 꿇었다.
“나는 쇠가 아닌 뜻에 묶이겠다!”

주변 뱃사람들이 차례로 고개를 들었다.
심장이 다시 자신의 박자를 찾았다.

📌 북원(北原) 설원

눈보라 속, 납혈진의 종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유랑객들은 서로를 노려보며 검을 뽑았다.

그러나 한 사내가 갑자기 크게 웃었다.
“심장이 울린다!
무린의 박자가 눈을 녹인다!”

그의 웃음에, 동료들이 하나둘 눈을 떴다.
눈보라 속에서도 서리와 불씨가 어렴풋이 번졌다.
그들은 서로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외쳤다.
“심장의 군이다!”

📌 중원(中原) 대도

큰 객잔의 무인들은 종소리에 미쳐 칼부림을 벌이고 있었다.
바닥은 피로 물들고, 창문은 산산조각났다.

그 순간, 어디선가 쿵 하고 울림이 번졌다.
술잔이 진동하며 탁자 위의 검이 흔들렸다.
몇몇 무인들이 이마를 붙잡으며 주저앉았다.

“이건 종이 아니야…
이건 살아 있는 심장이야.”

그들은 서로를 향해 겨눴던 칼끝을 거두고,
심장의 군의 이름을 속삭였다.

📌 산능선 위, 무린 진영

무린은 여전히 피투성이였다.
그러나 그의 울림이 무림 각지에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졌다.

낭인이 뛰어와 무릎을 꿇었다.
“소협! 남강에서 수십 명이 종을 거부하고 심장의 군에 합류했습니다!”

또 다른 자가 보고했다.
“북원 설원에서도, 대도 객잔에서도…
종소리를 거부한 이들이 군을 세우고 있습니다!”

화란의 눈이 반짝였다.
“봤지? 네 심장은 혼자가 아니야.
울림이 무림을 흔들고 있어.”

무린은 피 묻은 입술로 미소를 지었다.
“좋다.
쇠가 무림을 묶는다면,
심장은 무림을 깨운다.”

 

멀리, 제단 위 풍백현이 그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그의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심장의 군이 번진다고?
좋다.
그러면 쇠의 종을 더 크게 울리면 된다.
무림 전체가 심장으로 나눠진다면,
그 끝은 더 달콤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