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의 주인이 스스로 전장을 밟을 때, 울림은 더욱 거세져야 했다.
평원은 여전히 피와 쇠의 냄새로 가득했다.
심장의 군이 다시 일어섰으나,
쇠의 종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때, 하늘을 가르며 낮은 울림이 내려앉았다.
종이 아니라, 사람의 발걸음.
땅이 떨리고, 공기가 뒤집혔다.
사람들이 일제히 숨을 삼켰다.
붉은 안개가 갈라지고, 검은 장포를 휘날리며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풍백현.
그의 발걸음마다 땅속의 사슬이 꿈틀거렸다.
종을 울리지 않아도 대지가 흔들렸다.
그의 눈빛은 검게 빛나고 있었고,
그 속에 붉은 불길이 번졌다.
“무린.”
그의 목소리는 종소리처럼 낮고 깊었다.
“이제 내가 직접 나설 차례다.”
심장의 군 전체가 긴장으로 몸을 떨었다.
병사들의 맥박이 한순간 흐트러졌다.
종소리가 아니라, 단순히 그의 존재만으로도
심장이 묶이는 듯한 압박이 밀려왔다.
화란이 앞에 나섰다.
불꽃을 피워내며 외쳤다.
“무린! 흔들리지 마!
이제는 그와 맞서야 해!”
무린은 피투성이로 검을 쥐고 앞으로 나섰다.
“풍백현…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구나.”
풍백현의 손끝에서 검은 사슬이 뻗어나왔다.
그 사슬은 땅에 닿자마자 문양을 새겼다.
순식간에 전장의 절반이 납혈진으로 뒤덮였다.
사람들의 심장이 동시에 울렸다.
붉은 눈이 하나둘 피어났다.
군이 다시 흔들렸다.
무린이 검을 가슴에 붙이고 심장을 강제로 울렸다.
쿵— 쿵— 쿵—
그 울림이 납혈진의 사슬과 맞부딪혔다.
균열이 벌어지고, 불꽃과 서리가 동시에 폭발했다.
사슬에 금이 갔으나,
풍백현은 비웃듯 손을 휘둘렀다.
“심장의 울림이라 해도,
쇠의 주인을 끊을 수는 없다.”
검과 사슬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쾅—!
하늘이 울리고, 땅이 갈라졌다.
무린의 심장이 찢어질 듯 흔들렸지만,
그의 눈빛은 꺼지지 않았다.
“쇠가 무림을 묶었다면,
내 심장은 무림을 깨운다!”
화란이 군을 뒤에서 지키며 불길을 덧댔다.
그녀의 목소리가 전장을 울렸다.
“흔들리지 마라!
무린의 울림에 귀 기울여라!”
심장의 군이 다시 일어나 환호했다.
종소리와 울림이 전장을 양분하며 부딪쳤다.
풍백현이 검은 사슬을 크게 휘둘렀다.
그 순간, 청류의 환영이 다시 나타났다.
사슬에 묶인 그녀의 모습이 전장의 한가운데 떠올랐다.
풍백현이 낮게 웃었다.
“무린, 너의 심장은 사랑 앞에서 무너진다.
오늘, 나는 너의 심장을 꺾어 군을 부술 것이다.”
무린은 검을 꽉 쥐며 이를 악물었다.
심장이 피를 토했지만,
그 울림은 더 깊고 뜨겁게 번졌다.
“풍백현…
쇠가 아무리 그녀를 미끼로 삼아도,
내 심장은 끝내 진짜를 끊어낼 것이다.”
그의 칼끝이 불꽃과 서리를 동시에 토해냈다.
전장은 이제,
풍백현과 무린의 정면 대결로 향하고 있었다
'무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혈룡기》 제44화 – 사슬의 미끼, 최후의 선택 (0) | 2026.01.03 |
|---|---|
| 《혈룡기》 제43화 – 환영 속 청류, 진짜를 구분하다 (0) | 2026.01.03 |
| 《혈룡기》 제42화 – 쇠의 계략, 청류를 미끼로 (0) | 2026.01.03 |
| 《혈룡기》 제41화 – 심장의 균열, 청류의 환영 (0) | 2026.01.02 |
| 《혈룡기》 제40화 – 두 번째 대전, 불타는 심장 (0) | 2026.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