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더 이상 웃지 않는다.
밤하늘엔 별이 없었다.
그리고 화란의 눈에도… 감정은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무림맹의 훈련장을 내려다보았다.
아래엔 천무린과 청류.
두 사람은 나란히 검을 쥐고 있었다.
서로를 향해 웃으며,
한 치의 거리 없이 마주 서 있었다.
그 장면은──
그녀의 심장을 찢어놓았다.
"검을 그렇게 가까이 겨누면… 숨결까지 닿지."
화란은 중얼이며 술잔을 비웠다.
하지만 쓴 건 술이 아니라,
씹히지 않은 질투였다.
그녀는 참으려 했다.
애써 웃으려 했다.
그저 흔한 장면이라고,
그가 나를 안았던 밤을 기억하자고,
마음을 되뇌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 번’ 키스를 받았고,
청류는 매일 그와 ‘시선’을 주고받고 있었다.
밤.
화란은 검은 옷을 걸치고,
무림맹의 무고한 사제 하나를 끌어냈다.
“……화란님, 무슨 일이십니까.”
“입 닫아.
그리고, 눈 감아.
오늘은 너의 비명으로 내 마음을 씻을 거니까.”
그날 밤,
한 사람의 무고한 사내가 실종되었다.
그리고…
그 시신은 붉은 연꽃처럼 찢긴 채 발견되었다.
그다음 날,
무림맹 안엔 긴장이 돌았다.
“사파의 독련궁이 움직였답니다.”
“화란이 직접 손을 썼다는 말도 있어요.”
“이건 도전입니다. 청류 소협을 향한.”
청류는 그 소문을 듣고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천무린은…
그날 밤 산장으로 돌아왔을 때
화란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화란."
“왔네.”
화란은 웃지 않았다.
검은 천으로 덮인 거울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말이야…
내 감정이 이 정도일 줄 몰랐어.”
“……화란.”
“그 여잘 안고 싶어?”
“아니.”
“거짓말 하지 마.”
화란은 고개를 돌려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눈빛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그 안엔… 눈물인지 피인지 모를 빛이 깃들어 있었다.
“내가 너를 가졌던 밤,
내가 너를 품에 안았던 그 순간…
넌, 나였어. 온전히.”
“그런데 왜,
왜 자꾸 날 밀어내?”
무린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다가왔다.
그의 얼굴 앞에서 속삭였다.
“나, 지독한 여자야.
내 거에 닿은 것들…
다 죽여버릴 수 있어.”
“그 여잘 원하면,
내 앞에서 키스하지 마.
입술도, 눈빛도, 숨결도.
그건 내 거야.”
“넌 내 거야.
내 몸이 먼저 기억했잖아.”
무린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안았다.
화란의 어깨가 조금 떨렸다.
그 떨림이 멈추기까지…
그는 가만히, 품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화란은 무림맹 본관에 당당히 들어섰다.
“청류.”
“…화란.”
“내가 먼저야.
너보다 먼저,
그의 입술을 가져간 여자는 ‘나’였어.”
청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
무림맹에선 비무대결의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정파와 사파.
검과 독.
청아함과 불꽃.
그리고──
사랑과 질투.
'무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혈룡기》 제8화 – 대련, 검은 말을 멈추지 않는다 (0) | 2025.09.29 |
---|---|
《혈룡기》 제7화 – 빙심의 문, 금강의 숨결 (0) | 2025.09.29 |
[화란 외전] 입맞춤 뒤, 남은 온도 (0) | 2025.09.29 |
《혈룡기》 제6화 – 사파의 붉은 꽃 (0) | 2025.09.29 |
[외전] 청류 – 검보다 날 선 시선 (0) | 2025.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