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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헙

《혈룡기》 제7화 – 빙심의 문, 금강의 숨결

by WhateverYouDo 2025. 9. 29.

 

──몸은 얼어붙었지만, 심장은 깨어났다.

 

“넌 이 문을 열 자격이 없다.”

비석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무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비석엔 글씨 하나.
[血爲鍵, 念爲鎖]
피가 열쇠요, 마음이 자물쇠다.

그는 손가락을 베어
피를 그 문 위에 문질렀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나는 누구인가.’

 

그러자──

지하에서 바람이 일었다.
불이 없는데도,
동굴 안이 푸른 빛으로 물들었다.

문이 열렸다.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무린은 맨몸으로 그 안으로 들어갔다.

몸이 얼었다.
피부가 갈라졌다.
숨이 텁텁하게 엉겨 붙었다.

그런데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건 단지 무공서가 아니다.
이건, 나를 증명하는 마지막 길이다.

 

그 중심에,
**빙정석(氷晶石)**이 떠 있었다.

그 속에 새겨진 한 권의 책.
표지는 검고,
글씨는 서릿발 같았다.

[金剛氷心經]

전설의 심법.
금강처럼 단단하고,
빙심처럼 맑은 정신을 만들어낸다는 금강빙심경.

 

“넌… 내 아들 맞구나.”

갑자기 울려 퍼진 목소리.
누구도 없었지만,
그건 분명…
아버지의 잔향이었다.

 

무린은 책을 펼쳤다.

한 줄, 한 줄.
글자가 얼음처럼 피부를 찔렀고,
그의 몸속 내공은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고통.

숨을 쉬지 못할 정도의 고통.
혈맥이 찢기고,
근골이 바스라졌다.

하지만 그는 중간에 책을 덮지 않았다.

‘버텨야 한다.
이 고통은,
내 이름을 되찾는 대가다.’

 

그리고──
빙심결의 마지막 장을 읽는 순간.

그의 심장이 멈췄다.
그리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다른 리듬으로.
다른 맥으로.
다른 인물로.

그는 더 이상…
버려진 자식도,
하인의 탈을 쓴 그림자도 아니었다.

 

“금강은 부수지 않고,
빙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땐,
동굴의 기운이 잠잠해졌고
그의 몸은 고요해졌다.

숨소리조차…
심장과 일치된 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날 밤.
그는 동굴을 나섰고,
눈발이 흩날리는 산길 위를 걸었다.

그 눈길 위로…
그의 그림자는 더 이상 가늘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내 이름을 되찾는 것,
그보다 먼저 세상에 나를 새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