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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헙

[화란 외전] 입맞춤 뒤, 남은 온도

by WhateverYouDo 2025. 9. 29.

 

──키스는 짧았다. 하지만 지금도 떨리고 있다.

 

…심장이, 이상해.

분명 나는 그를 유혹하러 간 거였어.
죽여도 좋다고, 안겨도 좋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내던졌을 뿐인데──

그가 나를 안았다.
그리고… 입을 맞췄다.

 

짧았지.
정말… 짧았어.

하지만 너무 깊었어.
내 혀가 닿지도 않았는데,
내 안쪽까지 전부 다 흔들려 버렸어.

 

그의 손,
차가웠는데…
그 순간만큼은 불 같았어.

어깨를 감싸던 그 손,
가슴에 닿은 그 숨결,
그리고 내 입술 위로 무겁게 내려앉던 그 사람의 침묵──

…나를 안아도 돼. 대신 이름은 부르지 마.

 

그랬던 내가…
지금은 그의 이름을 속으로 몇 번이나 부르고 있어.

무린.
무린.
무린…

 

입에 담을수록
숨이 가빠져.

 

그 남자…
참 나빠.

날 안고도,
아무 말도 안 했어.

내게 입 맞추고도,
다시 날 멀리 두려고 해.

그 눈빛…
날 안고 있을 땐 흔들렸는데,
이제는 나 없이도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서…

 

…그래서 더 미치겠어.

왜 그랬어?
왜 키스했어?
왜 그 다음엔 아무것도 안 했어?

차라리 날 안고 망가뜨렸으면 됐잖아.

너답지 않게,
조심스럽게 안아서
내가 더 흔들리잖아.

 

아까 그 밤,
그가 천을 덮어줬을 때 느낀 그 손길.
…그건 단순한 거절이 아니었어.

그건…
내 몸이 아닌, 내 마음을 만진 손길.

그래서 더… 떨려.

 

내가 지금 그의 곁에 있었다면
다시, 더 천천히,
그 입술을 훔쳐갔을 거야.

혀끝으로 그의 심장을 베고,
손끝으로 그의 검을 꺾고,
눈빛 하나로… 그를 나만 보게 만들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은…

혼자 누운 이 침상에서
그의 손을 기억하고 있어.

그의 숨결을 상상하면서,
천천히 내 목선을 따라가며
손끝이 움직이는 걸… 멈추지 못하고 있어.

 

이건 사랑일까.
아니면 집착일까.

아니,
지금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나는, 그를 원한다.
그리고… 다시 그의 품에 안기고 싶다.
이번엔…
절대, 그냥 끝내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