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헙43 《혈룡기》 제29화 – 균열에서 피어난 검 쇠는 아직 풀리지 않았으나, 틈은 이미 무기를 낳았다. 무린과 화란은 깊은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뒤에서 함성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장로 세력의 무인들이 여전히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무린은 숨을 고르며 검을 움켜쥐었다.심장이 얼어붙은 듯 아팠지만, 그 안에서 불씨가 끊임없이 타올랐다.심쇄의 균열.그 틈새에서 솟아나는 힘이 있었다. “더는 도망칠 수 없어.”무린이 멈춰섰다.화란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심장이… 무너질 수도 있어.”무린은 고개를 저었다.“지금이 아니면, 이 힘을 다룰 수 없다.쇠를 부수려면, 먼저 균열을 무기가 되게 해야 한다.” 추격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수십 명의 무인들이 칼과 창을 들고 산등성이를 뒤덮었다.사자단장이 외쳤다.“반역자 천무린! 이.. 2025. 12. 31. 《혈룡기》 제28화 – 피로 연 길 정파의 깃발은 수백이었고, 맞서는 검은 단 두 자루였다. 새벽, 산허리에 북소리가 울렸다.산새들이 날아올라 흩어졌고,은거처를 둘러싼 숲은 긴장으로 서늘해졌다.무린은 몸을 일으켰다.심장이 아직 완전하지 않았다.그러나 심빙화염이 고동칠 때마다,얼음과 불씨가 동시에 번쩍였다.화란은 창가에 서 있었다.멀리서 올라오는 수십, 수백의 횃불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드디어 왔군. 장로회가.” 포위망은 빠르게 좁혀졌다.깃발마다 ‘정의’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지만,그 속엔 욕망과 두려움이 가득했다.앞장선 이는 장로회의 사자단장이었다.그는 창을 높이 들고 외쳤다.“천무린!납혈진을 무너뜨리고, 맹의 질서를 배반한 죄로그대를 토벌한다!”뒤를 이은 무인들의 함성이 산을 뒤흔들었다. 화란이 무린을 돌아봤다.“지금 네 몸으론 감당하.. 2025. 12. 28. 외전 – 불길 속의 두려움과 열망 사랑은 그를 지키고 싶다는 두려움과, 끝내 내 것이어야 한다는 열망 사이에 있었다. 무린이 내 품에 쓰러졌다.그의 몸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동시에 불씨처럼 뜨거웠다.심장이 얼고 타는 고통 속에서 버티다, 결국 의식을 잃은 것이다.나는 그의 뺨을 감싸 쥐었다. 피가 묻어 손끝이 미끄러졌다.그럼에도 손을 뗄 수 없었다.‘혹시… 이대로 멈추면 어떡하지?내 앞에서, 내 손 안에서,그가 사라져 버리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수많은 사내들을 봐왔고, 수많은 피를 겪어왔다.그러나 단 한 번도 이렇게 두렵지 않았다.이 사내만큼은 잃고 싶지 않았다.“무린…”나는 낮게 불렀다.대답은 없었다.그의 입술은 피로 얼룩졌고, 숨결은 희미했다.‘안 돼.너는 내 불길로 살아야 해.내 체온이 널 묶어둬야 해. 나는 그의 가.. 2025. 12. 28. 《혈룡기》 제27화 – 심쇄의 첫 균열 심장은 얼어붙었으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무린은 산속의 은거처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몸은 여전히 피투성이였고, 손끝은 차갑게 떨렸다.그러나 그의 가슴 한가운데, 심빙화염이 서서히 불타고 있었다.“심쇄를 깨려면, 이제 시험해야 한다.”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곁에서 화란이 숨을 죽였다.그녀의 눈빛은 걱정으로 흔들렸지만, 동시에 불길처럼 강렬했다.“네 심장이 견딜 수 있을까…?”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견뎌야 한다.쇠를 부수기 전엔, 청류를 꺼내올 수 없어.” 그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얹고, 호흡을 가다듬었다.내공이 심장으로 모였다.얼음처럼 서늘한 기운이 혈맥을 따라 흘렀고,곧 불길처럼 뜨거운 힘이 그 뒤를 쫓아왔다.심장이 얼고, 동시에 불탔다.살갗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뼈마디가 깨지는 듯한 .. 2025. 12. 22. 《혈룡기》 제26화 – 정파의 칼날, 그림자의 후원 검보다 날카로운 것은 정치였다. 무림맹의 아침은 늘 종소리로 시작되었다.그러나 요즘의 종은 기도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분열을 알리는 북소리처럼 울렸다.장로회가 갈라진 지 사흘.찬성과 반대, 지지와 탄핵.맹 안팎의 무인들은 서로 다른 깃발 아래 모여 웅성거렸다. 그날, 장로회 별당에서는 비밀 회합이 열리고 있었다.반(反)무린을 외친 장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문이 닫히자 곧장 불빛이 흔들렸다.“천무린을 이대로 두면 안 된다.”첫째 장로가 단호히 말했다.“납혈진이 흔들렸을 때 그가 있었다.그 피가 누구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사실만으로도 그는 맹을 위협한 반역자다.”둘째 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소. 그는 맹주를 자처했지 않은가.이건 도전이 아니라 반란이오.우리가 가만두면 무림의 질서가 송두리째 무너진다... 2025. 12. 15. 외전 – 쇄에 묶인 심장 몸은 쇄에 갇혔으나, 마음은 아직 그를 기억했다. 고요했다.납혈진이 절반 무너졌을 때, 잠시 빛이 스며들었다.그러나 지금, 다시 어둠뿐이었다.나는 쇠사슬에 묶인 채 무릎 꿇고 있었다.눈동자에 박힌 안쇄가 여전히 불타고,심장은 심쇄에 눌려 고동이 느리게 울렸다.혈맥은 혈쇄에 잠겨, 내공조차 흐르지 않았다.몸은 내 것이 아니었다.숨결마저 종소리에 흔들렸다. 풍백현의 발자국은 멀어지고,화란의 불길은 사라졌다.남은 건 내 안에 파고든 정적.그런데도, 귓가에 메아리처럼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청류… 반드시 널 데리러 온다.”무린의 목소리였다.그가 떠나며 남긴 마지막 속삭임.쇠가 내 귀를 막아도,그 말은 여전히 가슴을 울렸다. 눈을 감았다.안쇄가 빛을 막아도,내 안쪽에서 떠오르는 장면까지 지우지는 못한다.어린 날의.. 2025. 12. 15.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