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룡기》 제9화 – 불꽃과 얼음, 첫 대치
──매혹의 칼날은, 검보다 날카롭다. 무림맹 안의 뒷뜰.달빛 아래, 향나무가 짙게 풍겼다.그곳에,화란이 서 있었다.붉은색 옷자락은 바람에 흩날리고,그녀의 어깨 너머엔은은하게 열꽃 문양이 살아 숨 쉬었다.그리고──그 앞에 청류가 나타났다.푸른 옷에 단정한 검.차가운 눈매는 밤빛에 더 선명했다. “네가 먼저 왔네, 청류.”“널 기다린 건 아니야.”화란은 웃었다.그 웃음엔,날카로운 독이 숨어 있었다.“무린에게… 향수 뿌렸지?”“……무슨 말이지?”“그 애가, 오늘 아침 내 방을 지나쳤을 때그 몸에서 너의 향기가 났어.” 청류는 잠시 숨을 멈췄다.그녀는 전날 밤,무린의 검 손질을 도와줬다.살결이 닿았고,그의 눈빛이 흔들렸고──그리고…짧은 순간이지만,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스쳐 지나갔다.“너무 귀를 기울이는군.”..
2025. 9. 29.
《혈룡기》 제8화 – 대련, 검은 말을 멈추지 않는다
──검을 들고 처음으로, 너를 마주 본다. 무림맹 본관 뒷편의 청운장.맹주의 직계 제자들과정파 문파의 차세대 무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오늘은 공식 대련일.승부보단 경쟁의 줄 세우기,무공보다 정치적 인맥을 시험하는 날이었다. 그날 아침,무림맹 연무장 한편에 낯선 검객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머리는 풀어헤쳐졌고,흰 도포 아래 검은 무명복을 입었다.낯선 얼굴.낯선 기운.하지만, 시선은 선명했다.“누구지 저 자는?”“명부엔 없는데…” 맹주가 나서기 전에,한 여인이 먼저 나섰다.청류.푸른 인장을 단 그녀는검을 꺼내들며 말한다.“초대받지 않은 이라면,검으로 증명하라.”그녀의 눈은 차갑지만,그 안엔 분명한 기억이 있었다.하인의 옷을 입고 나를 보던 그 눈동자.그리고 지금──그가 다시 나타났다. “검을 받아라, 무명객..
2025. 9. 29.
[화란 외전] 입맞춤 뒤, 남은 온도
──키스는 짧았다. 하지만 지금도 떨리고 있다. …심장이, 이상해.분명 나는 그를 유혹하러 간 거였어.죽여도 좋다고, 안겨도 좋다고,그렇게 스스로를 내던졌을 뿐인데──그가 나를 안았다.그리고… 입을 맞췄다. 짧았지.정말… 짧았어.하지만 너무 깊었어.내 혀가 닿지도 않았는데,내 안쪽까지 전부 다 흔들려 버렸어. 그의 손,차가웠는데…그 순간만큼은 불 같았어.어깨를 감싸던 그 손,가슴에 닿은 그 숨결,그리고 내 입술 위로 무겁게 내려앉던 그 사람의 침묵──…나를 안아도 돼. 대신 이름은 부르지 마. 그랬던 내가…지금은 그의 이름을 속으로 몇 번이나 부르고 있어.무린.무린.무린… 입에 담을수록숨이 가빠져. 그 남자…참 나빠.날 안고도,아무 말도 안 했어.내게 입 맞추고도,다시 날 멀리 두려고 해.그 눈빛…날 안..
2025.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