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은 얼어붙었으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무린은 산속의 은거처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몸은 여전히 피투성이였고, 손끝은 차갑게 떨렸다.
그러나 그의 가슴 한가운데, 심빙화염이 서서히 불타고 있었다.
“심쇄를 깨려면, 이제 시험해야 한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곁에서 화란이 숨을 죽였다.
그녀의 눈빛은 걱정으로 흔들렸지만, 동시에 불길처럼 강렬했다.
“네 심장이 견딜 수 있을까…?”
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견뎌야 한다.
쇠를 부수기 전엔, 청류를 꺼내올 수 없어.”
그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얹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내공이 심장으로 모였다.
얼음처럼 서늘한 기운이 혈맥을 따라 흘렀고,
곧 불길처럼 뜨거운 힘이 그 뒤를 쫓아왔다.
심장이 얼고, 동시에 불탔다.
살갗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
뼈마디가 깨지는 듯한 비명.
무린은 이를 악물었다.
“으… 아아아…!”
신음이 터져나왔다.
화란이 곧장 다가와 그의 어깨를 붙들었다.
“무린! 멈춰,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어!”
그러나 그는 눈을 치켜떴다.
“멈출 수 없어…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아!”
화란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손을 무린의 등 뒤에 얹었다.
불길이 그의 등골을 타고 심장으로 스며들었다.
그 불은 그의 얼음을 녹이지 않고, 균형을 잡아주었다.
무린의 의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눈앞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푸른 빛으로 번쩍였다.
그 빛 속에서 그는 한 여인의 모습을 보았다.
청류.
그녀는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안쇄가 눈동자를 가리고, 심쇄가 가슴을 졸라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다.
“무린…”
그 순간, 무린의 심장이 격렬히 요동쳤다.
쇠사슬에 금이 가는 환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종소리가 메아리쳤다.
풍백현의 그림자가 뒤엉켜 들어왔다.
쇠사슬이 다시 조여들었다.
청류의 모습은 순식간에 부서졌다.
무린의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피가 입가로 쏟아졌다.
화란이 그를 부여잡았다.
“안 돼! 이제 그만!”
마지막 힘을 쏟아내던 무린은 결국 쓰러졌다.
그의 호흡은 거칠고, 맥박은 불규칙하게 뛰었다.
그러나 가슴 한가운데서, 아주 미세하게
쇠사슬의 균열이 남아 있었다.
화란은 무린을 안고 흔들며 눈물을 흘렸다.
“바보 같은 사내… 왜 너는 항상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거야…”
그녀는 그의 이마에 얼굴을 묻으며 속삭였다.
“괜찮아. 아직 살아 있잖아.
살아 있는 한, 쇄는 반드시 깨질 거야.
내 불이, 널 끝까지 지켜낼 거야.”
무린의 눈이 간신히 떠졌다.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봤어… 청류를…”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쇄가… 흔들리고 있어.”
화란의 눈빛이 번쩍였다.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맹세했다.
“좋아.
다음 번엔 반드시 깨부수자.
내 불과 네 얼음으로… 쇄를 태워버리자.”
심쇄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균열은 생겼다.
그리고 그 균열은 언젠가,
쇄를 무너뜨릴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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