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백현의 쇠가 울리자, 무림은 스스로 칼을 빼들었다.
풍백현이 울린 쇄의 종은 멈추지 않았다.
혈후가 무너졌음에도, 울림은 무림 전역을 타고 번졌다.
강호의 장터에서,
산사(山寺)의 종루에서,
성곽의 술집에서조차
사람들은 귀가 아닌 심장으로 종을 들었다.
한가락 종소리를 들은 이들은 갑자기 서로를 노려보았다.
“너도 쇠를 부수려는 자가 아니냐?”
눈빛이 피로 물들었다.
피를 섞어 맹세한 문도들은
주군의 얼굴을 잊고, 종의 명에 무릎을 꿇었다.
개문파(開門派) 전각
장로가 제자들을 모아 외쳤다.
“천무린은 쇠를 부수려는 역적이다!
풍백현 대협의 종을 따르라!”
젊은 제자 하나가 주저했다.
“하지만 사부님,
무린은 우리를 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도적 무리를 베어주신 분이…”
장로의 눈동자가 붉게 번졌다.
칼이 먼저 움직였다.
“쇠를 거스르는 입은 꺾인다!”
피가 전각 바닥에 튀었다.
종소리는 피를 통해 더 깊이 울렸다.
하류 객잔
술에 취한 무인들이 한순간에 서로의 목을 베었다.
“무린의 편이지?”
“아니다, 넌 쇠를 부숴!”
칼끝이 부딪히는 소리에
술잔이 깨지고, 피가 술과 섞였다.
종소리는 웃듯이 흔들렸다.
무림은 하루아침에 스스로 갈라졌다.
풍백현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종소리만으로 충분히 무림을 묶었다.
산능선 위, 무린과 화란은 그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멀리서 깃발이 솟구치고,
각 문파의 무인들이 집결하는 모습이 보였다.
화란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이제는 문파마다 적이 생길 거야.
우리를 따르는 이들도 있겠지만,
종소리를 들은 이상 대부분은 적으로 변했어.”
무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이 종에 묶였다면…
내 검은 무림 전체를 상대해야 한다.”
그 순간, 숲길에서 그림자가 다가왔다.
십여 명의 무인들이 나타났는데,
그들의 눈빛은 붉지 않았다.
한 노인이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소협, 우리도 종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심장이 거부했소.
쇠에 묶이지 않은 자들도 있소이다.”
무린은 놀라며 물었다.
“어찌 거부할 수 있었지?”
노인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슴을 가리켰다.
“심장에 오래전 맹세가 있었소.
피가 아닌 뜻으로 묶인 자는…
쇠가 울려도 꺾이지 않소.”
화란이 눈을 크게 떴다.
“그렇다면… 무린, 네 검이 진짜로 심장의 울림을 낸다면,
우린 그들을 모을 수 있어.”
무린의 눈빛이 번쩍였다.
종소리에 맞서기 위한 심장의 군(軍).
그 가능성이 비로소 드러난 것이다.
멀리, 또 다른 종소리가 울렸다.
이번엔 더 크고, 더 날카로웠다.
풍백현이 무림 전역의 문파를 직접 부르고 있었다.
“천무린을 토벌하라!
쇠를 부수려는 자는 무림의 적이다!”
무린은 검을 들어 하늘을 겨눴다.
칼끝에서 서리와 불꽃이 동시에 솟았다.
심장이 쿵 하고 울리며 균열의 힘이 번졌다.
그 울림은 바람을 타고 퍼졌다.
종소리와 부딪혀 작은 파장을 만들었다.
그 파장을 들은 자들 중 일부가,
피가 아닌 심장으로 눈을 떴다.
화란이 웃으며 말했다.
“봤어?
네 울림은 종에 맞서고 있어.”
무린은 낮게 대답했다.
“그럼 이제…
무림을 종에서 끊어낼 때다.”
무림 전역은 종소리와 심장의 울림이 뒤엉켜
혼란과 전란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풍백현의 쇠와 무린의 심장,
그 싸움이 본격적으로 무림을 양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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