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룡기》 제12화 – “그 입술, 누구 것이었나요?”
──사랑은 침묵을 버티지 못한다. 무림맹의 회의당.고위 장로들과 각 파문 대표들이 자리를 채우고,중앙에는 무림맹주의 명이 떨어질 때까지긴장된 정적이 흘렀다.그 틈을 깨고문이 열렸다.무린.그리고 그를 따라 들어온 건──화란이었다.청류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녀의 손엔 차가 식어 있었고,눈동자는 식지 않은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있었다. 무린과 화란은의도적으로 거리를 유지했지만,청류의 눈엔 그것조차 부질없었다.화란의 입가에 떠오른 미세한 미소.무린의 목 아래로 엿보이는아주 희미한, 붉은 흔적.그 흔적이,청류의 가슴을 쿡 찔렀다.“입을 맞춘 것도 모자라,이젠 밤까지 함께한 거야?” “맹주님 도착하십니다!”함께 일어서는 사람들 속에서,청류는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무린의 시선과 마주쳤다.그의 눈엔 죄책감..
2025. 10. 8.
《혈룡기》 제8화 – 대련, 검은 말을 멈추지 않는다
──검을 들고 처음으로, 너를 마주 본다. 무림맹 본관 뒷편의 청운장.맹주의 직계 제자들과정파 문파의 차세대 무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오늘은 공식 대련일.승부보단 경쟁의 줄 세우기,무공보다 정치적 인맥을 시험하는 날이었다. 그날 아침,무림맹 연무장 한편에 낯선 검객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머리는 풀어헤쳐졌고,흰 도포 아래 검은 무명복을 입었다.낯선 얼굴.낯선 기운.하지만, 시선은 선명했다.“누구지 저 자는?”“명부엔 없는데…” 맹주가 나서기 전에,한 여인이 먼저 나섰다.청류.푸른 인장을 단 그녀는검을 꺼내들며 말한다.“초대받지 않은 이라면,검으로 증명하라.”그녀의 눈은 차갑지만,그 안엔 분명한 기억이 있었다.하인의 옷을 입고 나를 보던 그 눈동자.그리고 지금──그가 다시 나타났다. “검을 받아라, 무명객..
2025. 9. 29.